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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사서 두보

<꼬마 사서 두보>   어렸을 때는 서점 주인이 꿈이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서점 들러 책 사는 게 취미였는데, 네모 반듯한 종이에 책을 곱게 싸서 건네 주는 주인 아주머니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종이 위에 책을 올려 놓고 반으로 접은 다음 위, 아래에 칼집을 쓱쓱 넣고 착착, 따악딱 리듬에 맞춰서 순서대로 귀퉁이를 접어넣는 모습은 신기에 가까웠다. 나도 저렇게 책을 쌀 수 있을까? 신학기가 되어 교과서를 받아 오면 예쁜 종이를 사와서 서점 아주머니를 흉내내어 책을 싸보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네모 반듯하게 깔끔한 새 종이로 싸여진 교과서를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가슴 속에 가득했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싸던 종이마저도 책 속으로 나를 이끌어준 고마운 글동무였다.   사서 보는 책도 한계가 있었던지라 도서관 출입을 하게 되면서는 도서관에 앉아 책을 대출하고 반납해주는 사서 선생님을 보고 서점 주인이 아닌 사서를 꿈꾸었더랬다. 하루 종일 편하게 앉아서 책 뒷장에 꽂힌 카드에 써온 날짜와 이름을 확인하고 책을 빌려주거나 아니면 돌아온 책을 제자리에 꽂아 놓기만 하는 거. (너무 좋겠다.) 어쨌든 책 냄새 맡으면서 책 실컷 읽을 수 있는 직업이잖아. (그것도 공짜로.) 그렇지만 도서관을 둘러 보면서 서가에 적힌 분류표 100이니 800이니 하는 것들을 보고서는 ‘에? 이런 것도 다 해야 하는 거야? 이 많은 책들을? 분류는 다 어떻게 하지? 책 다 읽어보고 분류까지 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어린 나이에 재미있게도 신기하게도 보이고 두렵게도 보이는 사서라는 직업은 좀 자라 다른 꿈이 자리잡기 전까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어떤 사서가 될까? 내가 보았던 사서의 롤모델은 대개 시립도서관의 사서들 뿐이었다. 다른 도서관은 없었으니까. 그들은 대체로 단정하고 조용했으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가가기 힘든 어,른, 이었다. 그 때는 다양한 도서관을 찾기가 힘들 때여서 어린이 도서관도 없었고, 학교 도서관은 들어서기조차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시체보관소처럼 책을 보관하기만 하는 곳이어서 다양한 사서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가... 학교마다 도서관과 사서가 다 있고 시립도서관에도 어린이도서관의 자리가 있으며 어린이 전문 도서관도 꽤 많이 들어서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두보도 학교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과 인연을 맺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청 부끄럼쟁이라 말만 누가 말만 걸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두보. 그래서 두보는 말을 잘 안한다. 꼭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마음 속으로 두보에게 응원을 보낸다. ‘힘내렴, 두보야. 점점 나아질 거야.’ 어느 날 두보는 길에서 신기초등학교의 위치를 물어보는 뚱뚱한 아줌마를 만나게 된다. “우리 친구는 이름이 뭐야? 아줌마는 김숙히야....희망의 ‘희’말고 ‘히히히’ 할 때 ‘히’.자야 이름에 ‘히’가 있어서 잘 웃는가 봐. 히히히.”-9 처음 알게 된 인연으로 마음대로 대출증을 만들게 되었고 자주 도서관에 들른 두보는 조금씩 사서 선생님이 골라주는 재미있는 책에 빠져들었다. 스스로 공부도 못하고 인기도 없다고 생각하던 두보는 책 속에서 얻은 지식으로 점점 똑똑해졌고 인기가 많아졌다. 책에 대한 호기심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꼬마 사서로 변신한 두보는 열심히 책을 읽으며 친구들의 도서관 사용을 돕는다. 전학을 간 두보는 어느 날 사서 선생님에게 선물을 받게 되는데.....   한 권 한 권 책으로 지혜와 용기를 쌓아 가는 두보의 이야기. 아이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면서 이 책 저 책 추천해주는 김숙히 사서 선생님은 분명 멋진 선생님이다. 두보같은 부끄럼쟁이 아이도 자신감 있는 아이로 바꾸는 비밀의 열쇠를 꼭 잡고 있었던 선생님이었으니 말이다.   책 속에 밥이 있다. 읽는 자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좋은 책, 알맞은 책을 고르는 지혜도 필요한 세상이다. 정보의 양은 넘쳐나고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지혜를 가진 등대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해졌다. 무엇을? 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해진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 도서관의 꽃. 사서. 전국의 도서관에 김숙히 선생님 같은 사서가 가득하여 모든 아이들이 두보처럼 삶의 길을 똑바로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학원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옮겨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학교도서관’많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학교 도서관을 아이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또,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책이 가득한 보물 창고인 도서관을 아이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꼬마 사서 두보 는 아이들의 책 읽기에 대한 딱딱한 시선을 바꾸고, 독서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동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