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 풍속은 인습이나 묵은 전통에 그치는 게 결코 아니죠. 우리 조상들이 남긴 생활 속의 지혜와 비밀이 가득 담긴 보물 창고 같은 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혜를 발견해 낸 분도, 글을 몰라서 기록을 못 남길 수 있고(혹은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발견된 지혜일 수 있고), 사고로 기록이 유실될 수 있으며, 기록이라고 해도 읽는 이에 의해 곡해될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마냥 구두로 전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왜곡과 와전의 위험이 더 큰 게, 말로 하는 의사소통이니까요. 조상님들은 그래서 생활의 지혜를, 의식과 행위, 절차, 놀이, 음식에 담아서 후손들에게 전하려 했던 거죠. 요즘도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해서, 과업을 달성하거나 상품을 마케팅할 때 게임화하라는 주문을 하는데요. 조상님들은 이 게임화의 비결을 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에요. 명절로 대표되는 세시 풍속에는 게임이 주는 쾌감만 있는 게 아니죠. 조상님의 은덕과 공을 기리는 경건한 회고, 성찰까지, 의식을 행하며 자연스럽게 이뤄지니, 세시 풍속이야말로 민족혼 정수의 총체적 교육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에요. 우리는 종종 큰 오해를 하고 있어요. "과학은 전통과 대비되는 영역이며, 많은 전통을 혁파해야 과학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요. 하지만 우리네 전통 풍습, 미풍 양속에는 이미 과학의 정수가 가득 담겨 있는걸요. 먼 훗날 과학이 고유의 앎 영역에 고립되지 않고 통섭의 진화 과정을 거쳐 전체지(全體知)의 코르푸스로 거듭날 때, 우리는 세시 풍속이 넉넉히 끌어안고 있던 "생활과 일체화된 과학"의 선구성에 다시금 경탄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에요. 이미 이 책을 통해, 그렇게도 과학과 친하게 지내던 조상님들이셨구나 하며 놀라기도 했지만요.오주영 선생님의 <원리를 잡아라! 과학왕이 보인다!>와 <경제 첫발>을 읽은 적이 있어요. 어른들도 잘 모르는 복잡한 원리와 이치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도 가르치신다 싶더군요.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고 직관적인 설명을 통해 어린 독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서술이 특히 돋보였죠. 과학과 경제도 서로 멀다면 먼 영역인데, 이렇게 쉽고 유기성 있게 가르치고 전달하는 필력과 요령이 참 대단하셨습니다. 이번 책은 우리 민족의 전통 풍습인 "명절"을 다루고 있는데, 솔직히 200쪽이나 되는 분량을 "명절 속에 숨은 과학"으로 다 채워 나가실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명절 속에 정말 그렇게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던 걸까요?"영등맞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을까요? 이 파트를 읽고, 고기잡이 하나도 이처럼 체계적이고 지혜롭게 행하는 민족이 우리 말고 세계에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영등굿은 경북 고령과 경남 합천이 맞닿은 내륙 지역에서 토산 풍속으로 유명하지만, 영등할매가 본디 바람을 주관하는 신이다 보니 고기잡이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여기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내륙의 풍습인데 왜 고기잡이와 연결되느냐 등등). 서해안은 이번 참사에서도 드러났듯, 물살이 매우 센데다 불규칙적이라 해저 지형을 예측할 수 없는 곳이죠. 이런 곳을 능숙히 항해하려면 바닥이 우묵(밖에서 볼록)해선 안 됩니다. 평평한 바닥이라야 암초와 급류에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오늘 4월 28일은 양력으로 충무공 탄신일이기도 한데, 변화 무쌍한 바다에서 지형의 이점을 잘 살려 왜군을 섬멸한 충무공의 거북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나와 있어요. 서양인들이 음식의 부패를 막을 수 없어 향신료 같은 걸 뿌려 간신히 역겨움을 참아 가며 해산물을 먹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발효식품의 이치를 예전부터 깨달아,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었죠. 3월에도 장을 담글 때 염화나트륨의 함량을 미세조절하여최상의 맛과 보존도를 달성한 걸 보면 정말 놀랍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과학이란 게 꼭 화학식으로 쓰여져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문자 밖에 있는 진리가 진짜 진리(교외별전)이라고 부처님도 말씀하셨지만, 생활 속에 녹아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는 진리보다 더 가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의 제조 기법이란 일찍이 중국에서도 놀라곤 했지만, 지금까지도 경이에 싸인 신비한 기술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A4 시장에서 선두 주자인 한솔제지(주)의 구 명칭이 전주제지였던 것만 봐도 이 오래된 브랜드(?)의 위력을 알 수 있죠. 초파일에는 연등을 만들고 소원을 기원하는데, 이 한지를 만드는 핵심 원료가 닥나무입니다. 닥나무는 서양에 서식하지 않고, 한중일, 베트남 등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품종입니다. 종이 뿐 아니라 한약재로도 쓰여 뼈와 근육을 강화하고 양기를 돋우죠, 왜 닥나무냐 하면, 꺾으면 "딱" 소리가 난다고 해서 닥나무라고 하는군요.이처럼 명절과 세시 풍속은 우리 민족의 정신 가치를 그대로 대변할뿐 아니라, 우리의 자연과 향토의 큰 맥에 직접 본 줄기가 닿아 있는, 민족성의 종합 유산입니다. 풍속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편의만 도모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환경의 가치까지 같이 살필 수 있습니다. 과학을 위한 과학이 얼마나 많은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우리가 익히 지켜 봐 왔습니다. 우리의 전래 풍습에 감춰진 과학은,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꾀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본받아야 할 귀중한 교훈을 지니고 있어요.
1월에서 12월까지, 열두 달 명절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와 무궁무진한 과학 원리를 배워 보세요!
명절 속에 숨은 우리 과학 은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마다 대표적인 우리 전통 명절을 골라서 유래와 의미, 세시 풍속을 자세히 알아보고, 그 속에서 과학 원리를 찾아본 책입니다. 예를 들면 설날 먹는 떡국을 만드는 디딜방아에서 지레의 원리를 찾아보고, 팽이치기에서 마찰력의 원리를 찾아본 것입니다. 명절 풍속에 담긴 과학 원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인 생활 모습에 저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과학, 수학, 국어, 사회, 도덕 등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명절 풍속과 함께 폭넓게 다루어, 아이들의 교과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그림과 함께 만나는 명절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낯설게만 느껴졌던 우리 전통 문화를 친근하게 받아들이면서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살았는지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흥미롭게 과학 원리를 배우면서 과학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1월: 설날에 만나는 우리 과학
-색동저고리와 천연 염색: 물들이기
-떡국 떡을 만드는 디딜방아
-연날리기와 방패연
-신 나는 팽이치기
-우리 과학 문화재: 별을 관찰하는 ‘첨성대’
2월: 영등맞이에 만나는 우리 과학
-그믐에 왔다 보름에 가는 영등할머니: 서·남해안 고기잡이
-바닥이 평평한 배
-배를 움직이는 돛
-바닷가의 저장 음식
-우리 과학 문화재: 왜적들을 벌벌 떨게 한 ‘거북선’
3월: 삼짇날에 만나는 우리 과학
-먹을 수 있는 꽃 요리
-전통 무예, 활쏘기: 활 만들기
-버들피리와 소리
-삼짇날 담그는 장
-우리 과학 문화재: 시와 술과 흥취가 있는 ‘포석정’
4월: 초파일에 만나는 우리 과학
-연등과 한지: 한지 만들기
-석탑의 비밀
-그랭이 공법과 배흘림기둥
-절 건물을 보존하는 단청
-물고기 잡고 노는 ‘천렵’
-우리 과학 문화재: 신비한 건물 ‘해인사 장경판전’
5월: 단오에 만나는 우리 과학
-땀을 식히는 단오 부채: 부채 만들기
-수리취떡에 무늬를 새긴 떡살
-그네뛰기와 진자 운동
-대추나무 시집보내기와 열매 맺기
-우리 과학 문화재: 해시계 ‘앙부일구’
6월: 유두에 만나는 우리 과학
-밀로 빚은 유두 음식과 누룩: 누룩 만들기
-이열치열의 과학, 모래찜질과 삼계탕
-대나무와 등나무로 만든 피서 도구
-김매기를 대신한 동물들
-우리 과학 문화재: 옛사람들의 냉장고 ‘석빙고’
7월: 칠석에 만나는 우리 과학
-은하수를 사이에 둔 직녀성과 견우성
-우물과 숯: 우물 청소하기
-소에 다는 농기구
-오작교와 우리 옛 다리
-그물에도 들이고 옷에도 들인 감물
-우리 과학 문화재: 비의 양을 재는 ‘측우기’
8월: 추석에 만나는 우리 과학
-추석에 벌이는 길쌈 놀이: 길쌈하기
-송편과 함께 찌는 솔잎
-차례 상에 담긴 과학
-추석에 즐기는 강강술래와 줄다리기
-우리 과학 문화재: 과학으로 쌓은 ‘화성’
9월: 중양절에 만나는 우리 과학
-옹기에 담그는 국화주: 옹기 만들기
-작은 힘으로 무거운 짐을 번쩍 드는 ‘지게’
-원심력을 담은 ‘도리깨’와 쭉정이를 고르는 ‘키’
-우리 과학 문화재: 과학적인 글자 ‘훈민정음’
10월: 상달고사에 만나는 우리 과학
-비밀을 간직한 놋그릇
-겨울을 준비하는 김장 김치와 김치움: 김장하기
-편리한 이동식 난로 ‘화로’
-우리 과학 문화재: 신비한 비취색 ‘고려청자’
11월: 동지에 만나는 우리 과학
-24절기와 동지
-눈 쌓인 길의 필수품 ‘설피’: 설피 만들기
-겨울철 신 나는 ‘썰매 타기’
-우리 과학 문화재: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
12월: 섣달그믐에 만나는 우리 과학
-부뚜막과 구들: 구들 놓기
-우리 한옥의 과학성
-지역마다 다른 집
-우리 과학 문화재: 영혼의 소리 ‘에밀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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