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아! 오늘은 분희 이야기를 들려줄게. 분희가 글쎄 어쩌다가 머리카락에 껌이 잔뜩 붙었다는구나. 엄마가 껌을 떼다 떼다 지쳐서 미용실에 가서 분희의 머리를 아주 짧게 잘라주었단다. 그러고나서 머리가 채 자라기도 전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2. 분희는 늘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 멀어지고 나니 혼자서 참 쓸쓸했단다. 아빠 엄만 일하러 나가시고 혼자 남았단다. 이사 온 첫날, 분희는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나길래 집을 나와 골목으로 나가봤지. 그랬더니 분희 또래의 아이들이 신나게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더란다. 3.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분희는 그저 아이들이 노는 모습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그냥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무줄 노래를 따라 불렀지. 4. 그때 한 아이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어. "쟤 신발 거꾸로 신었네." 그때서야 분희는 발을 내려다봤단다. 이런, 집에서 급히 나오느라 왼발 오른발 신발을 바꿔 신었더구나. 에이 챙피해라.집에 가서 다시 신발을 바꿔신고 나와서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또 이런 소리가 들리네.."쟤는 남자야? 여자야?" 5. 이 말을 들은 분희는 분이 났어. 눈물도 나고 막 기분이 안 좋아졌어. 그래서 집으로 갔지. 아이들은 내 머리가 짧아진 이유를 모르니까 짧은 머리만 보고 남자로 본다는 사실에 속이 많이 상해졌어. 그래도 내 얼굴은 여잔데.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구. 6. 근데 집에 가니 다시 심심해졌어. 그래서 혼자 고무줄 놀이를 했지. 재미가 있을리가 없지. 좀 하다가 말았단다. 다른 날 또 아이들 노랫소리가 들렸어. 분희는 신발도 똑바로 신고, 머리띠도 예쁘게 하고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다가갔어. 그러자 고맙게도 한 아이가 분희에게 아는 척을 했어. "안녕?" "응, 안녕." 그리고 나는 그저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다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혼자 놀았지. 그러면서 아이들 이름을 알게 되었어. 영아, 현옥이, 은섭이, 주희. 그러나 아무도 분희에게 이름을 물어보지 않아서 서운했지. 7. 그래서 분희는 오늘도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하는구나 하고 집으로 가려던 참에 현옥이의 목소리가 들렸어. "나 화장실 갔다올께." 그러자 영아가 내 뒤에 대고 물었어. "얘, 네 이름은 뭐니?" "나? 분희." "분희야, 네가 와서 고무줄 좀 잡아줄래?" "정말?" 분희는 신이 나서 달려갔단다. 8. 현옥이가 화장실을 다녀왔지만, 분희는 고무줄놀이에서 깍두기 가 되어 함께 놀았단다. 깍두기가 뭐냐고? 먹어봤다고? 하하~ 놀이에서 깍두기는 편을 나누어 노는 놀이에서 사람의 수가 홀수 일 때 양쪽 편을 오가며 놀이를 하는 사람을 말한단다. 9. 이 일을 계기로 분희와 아이들은 친해졌지. 그래서 고무줄 놀이도 하고, 다른 놀이도 함께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단다. 그런데 이 책엔 비밀이 있단다. 뭐냐구? 이 책은 앞에서도 볼 수 있고, 뒤에서도 볼 수 있어. 분희가 혼자 고무줄을 붙잡고 있는데서 부터 보는 것이 좋겠어. 뒤에서 보는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지? 이젠 네가 직점 보렴. 아, 그리고 그림이 참 예쁘단다. 예쁜 친구들 얼굴을 보면 윤아 얼굴도 마음도 더 예뻐질거야.
따돌림, 편 가르기 같은 친구관계로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넓은 눈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책입니다. 앞과 뒤에서 시작되는 두 이야기가 가운데에서 만나 하나가 되는 독특한 구성의 그림책이지요. 마음이 가시에 콕 찔린 듯한 아픔을 겪은 나 와 새로 이사 온 아이와 놀 궁리에 여념 없었던 우리 의 작은 오해와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이 각각의 입장에서 따뜻한 그림으로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