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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의 저편


한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개인의 의식의 저 깊은 곳을 이해하는 것인 동시에 거시적인 정치와 경제, 문화의 흐름까지 파악하는 이중적인 작업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과정에는 분단의 비극, 이산가족을 통해서 생겨난 독특한 특수성과 집합의식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대의 어느 공간에도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진 않다. 다만 개인의 의식과 기억을 통해서 굴절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과거 흔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어두운 기억의 저편 은 이균영이 8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을 표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앞에서 말한 그러한 시대적 사회상을 한 소시민을 통해서 읽어내는 힘이 있다. 시대의 과거가 개개인의 섬뜻한 눈빛에 모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어찌보면 섬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눈빛들이 모두 정의로운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섬뜩한 것이 아니다. 모든 시대의 목격자가 정의로울 수는 없다. 그것이 더욱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면. 여하튼 어두운 기억의 저편 은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시대에 한명의 소시민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이 글을 통해서 확인해보라.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롭게 미래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재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1984년도 한국 소설문학의 큰 흐름과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 작품을 포함한 3편의 우수작상이 지닌 각기 다양한 작품세계가 이 한 권 속에 펼쳐져 있다. 1984년도 제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균영 씨의 소설 이 선정되었다.
평범한 한 소시민의 의식을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우리는 이산가족의 역사적 비극 같은 역사성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역사성이나 집단의식 같은 것이 생경한 관념이나 목적성에 흐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개인적 삶을 통해 굴절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작품의 구성력과 참신한 문체, 그리고 이야기의 긴장감 등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본 심사위원들은 이상문학상 본상이 단순한 공로상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에 주어진다는 또 하나의 실증으로서, 이번 제8회 이상문학상을 에 수여하게 되었음을 알린다.

대상 수상작
이균영

우수상 수상작
서영은
윤후명
임철우